스스로 ‘깜짝 놀랄만한 후보’가 된 이재명
스스로 ‘깜짝 놀랄만한 후보’가 된 이재명
  • 김보영 기자
  • 승인 2020.06.29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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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를 2년가량 남겨 놓은 시점에 두자리 수 지지율을 기록한 역대 민선 경기도지사는 이인제 전 지사와 이재명 현 지사 단 2명뿐이다. 대권을 꿈꿨던 손학규·김문수·남경필 전 지사도 넘지 못한 ‘통곡의 벽’이다.

이인재 전 지사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깜짝 놀랄만한 후보’로 점찍었기에 가능했다면, 이재명 지사는 스스로의 힘으로 ‘깜짝 놀랄만한 후보’ 반열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경기도청

이 지사는 자칫하면 지사직을 잃게 될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예고 없이 찾아온 국난(코로나19)을 기회로 삼아서 마의 10% 구간을 거침없이 돌파했다. 이제 결정적인 실수만 하지 않으면 다시 추락하기 힘든 안정권에 접어들었다고 보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임기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서 이 지사는 “필생에 이루고 싶은 경제정책”인 기본소득을 ‘필생의 승부수’로 던졌다. 차기 대선의 모든 이슈를 삼키는 ‘블랙홀’이 될 가능성이 높은 이슈를 선점한 것이다.

■ 이재명표 기본소득 “따라올테면 따라와봐”

이 지사가 ‘기본소득’이라는 간판을 내건 정책 중 실행된 것은 두 가지다. 만 24세 청년들에게 1인당 100만원씩 주는 ‘청년기본소득’과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1인당 10만원씩 지급한 ‘재난기본소득’이다. 농민기본소득도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이중 성남시장 시절 도입했던 ‘청년배당’을 이름만 바꾼 청년기본소득과 일부 농촌지역 지방정부에서 먼저 시행하고 있는 농민기본소득은 이 지사가 그리고 싶은 그림의 굴곡진 한 단면이다. ‘만 24세 전부, 모든 농민’라는 필요조건에는 근접했지만 ‘전 국민’이라는 충분조건과는 거리가 멀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빛난 재난기본소득 역시 ‘전 국민(모든 경기도민)에게 무조건’이라는 조건을 충족시켰지만 일회성에 그쳤다.

이 지사가 이루고자하는 기본소득은 경기도지사 자리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정책이다. 당장 1인당 10만원을 한 번 더 줄 예산이 없고, 새로운 재원을 만들어낼 권한도 없다.

비록 ‘가짜’라는 비판도 받고 있지만, 첫 해 국민 1인당 연 20만원으로 시작해서 50만원, 100만원으로 늘려나가자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도 ‘기본소득’을 실행에 옮긴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 실험을 끝내고 이제 본격적인 실행 단계를 밟고 있다. 내년에 농촌마을 전체를 대상으로 ‘농촌기본소득’ 실증 사업을 벌인다. 농민뿐만 아니라 농촌마을을 구성하는 모든 주민에게 매월 또는 분기별로 일정액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노동생산성, 근로의욕, 소득증대 등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겠다는 것이다.

여야 정치권과 학자들이 ‘가능, 불가능’ 시뮬레이션만 하고 있는 동안에 이른바 ‘이재명표 기본소득’은 차기 대선의 블랙홀이 되어가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신천지발 코로나19 사태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조짐으로 보이자 신천지 과천본부를 직접 찾아가 강제역학조사를 진행했다. 사진=경기도청

■ 이재명은 형식요건에 불과했던 ‘법’을 200% 활용한다

이 지사는 지난달 24일 경기도청 출입기자들과 가진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두자리 수 지지를 얻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요약하면 ‘적극 해법, 적극 행정’이다. 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마땅한 법이 없을 경우에는 행정 권한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국가적 위기 상황에 대처했더니 지지율이 올랐다는 것이다.

이 지사는 코로나19 패닉 상황을 만들었던 신천지 사태를 예로 들었다. 서울시가 신천지 시설폐쇄를 먼저 하고도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것은 자신이 ‘행정명령’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 같기 때문이라 분석했다.

“거기(서울시)는 폐쇄조치를 하셨고, 저는 폐쇄 명령을 했어요. 조치의 행정학적인 성격이 행정명령입니다. 폐쇄조치를 한 거야 과거대로고, 저는 긴급 폐쇄명령을 했습니다. 사람들이 행정명령은 트럼프나 하는 줄 알았지. 제가 그 용어를 쓰는 이유는 다른 게 있어요. 지방정부도 주권자가 직접 선출한 하나의 정부라서 독립된 명령권이 있는 겁니다. 제가 그걸 보여주기 위해서 명령이라는 행정상의 용어를 쓴 거죠. 그게 이제 논쟁을 일으키잖아요. 도지사가 건방지게 무슨 명량이냐, 처음 들어봤을 거예요. 그런 점들이 눈에 띠는 측면도 있고요.”

이 지사의 전국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을 통틀어 특별사법경찰권을 가장 적극적으로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계곡과 하천의 불법 시설물 철거와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막는데도 도특사경을 투입한 것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기획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권한을 최대한 사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법적 권한을 200% 활용한 행정은 법률전문가(변호사)인 이 지사가 시민운동과 성남시장을 하면서 쌓인 내공에다 타고만 ‘일 욕심’이 일으킨 시너지 효과라도 할 수 있다.

신천지발 코로나19 사태 때 이런 장점이 잘 발휘됐다. “감염병 관리와 관련해서도 압수수색을 해야 되는데, 아무 것도 안하고 있더라. 제가 보기에는 이건 전쟁에 준하는데 분명히 근거가 있을 거다. 다 불러 모아서 (법을) 뒤져 봤어요. 다 할 수 있게 돼 있더라고요. 강제로 조사하고, 강제로 검사하게 하고, 집합 금지도 할 수 있고 다 할 수 있는 거예요. 그걸 저는 적즉적으로 해서해서 할 수 있는 거 하는 거죠. 원래 법에는 집합금지만 있어요. 집합제한은 제가 낸 아이디어에요. 금지는 할 수 있는데 제한을 못할 이유가 없다. 부분적 금지라고 해석하면 된다. 합리적으로 해석해서 안 될 이유가 없다. 그런 것을 하다보니까 남들이 안 하는 걸 하는 것처럼 보이는 측면이 있는 거다. 그게 효과가 있으니까….”

경기지역 주민들은 반환점을 돈 이 지사에게 79점을 줬다. “성남시장 때는 5년 걸렸다”고 만족할 정도로 높은 점수다. 역대 도지사들은 달성하지 못한 점수다.

경기도가 7월 28일 발표한 민선7기 도정 2주년 평가 결과. 제공=경기도청

이 지사는 지난 2년간 거둔 성과와 특유의 자신감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소신과 철학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기본소득과 부동산 정책 2가지 분야만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 기본소득을 경제정책이라고 했다가 얼마 전에 복지적 경제정책이라고 표현했다. 이유가 뭔가?

“그건 순서가 바뀌었다. 예전에는 복지정책이자 경제정책이라고 처음에 예기를 했다. 물론 한참 오래 전에는 복지정책이었다. 지역화폐로 지급하다는 거는 최근에 나온 거다. 그 전에는 기본소득은 복지정책의 측면에서 접근했다. 그런데 이번에 보니까 복지정책으로만 접근해서는 도저히 국민들의 동의를 받기 힘들다. 경제가 진짜로 사는 길은 수요를 키우는 게 유일한 일이다. 그런데 이때까지 한 번도 안해 봤다.… 경제관료나 경제학자들 입장에서는 우물에서 평생 살았는데 바깥에 나갈 생각을 아예 못하는 거다. 우물은 없어졌다. 이제 우물은 사라졌고 더 큰 웅덩이, 저수지로 가야 되는데 엄두가 안나는 거다. 이번에 한번 겨우 국가예산중에 13조원을 썼다. 530조 중에 13조면 몇 프로냐? 요정도 푼돈을 들여 가지고 몸에 느끼도록 경기가 좋아지네 해본 거다. 경제정책으로 수십조원, 수백조원 꼴아 박아도 몸에 느낄 정도로 경제가 좋아지는 경우는 없다. 기껏해야 통계적으로 숫자나 나올 뿐이다. 이번에는 몸에 느낄 정도로 좋아졌다. 두달 정도. 이렇게 가성비 높은 경제정책을 한번이라도 겪어봤나. 처음이다.”

-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아직 국민들에게 큰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 보나?

“정부야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그런데 그런 의지와 현장은 좀 다른 거다.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주택 수요의 문제다. 저는 모든 문제는 단순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공급을 늘리고 수요를 줄이면 가격이 떨어진다. 공급을 늘리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우리는 공급을 늘리는 방법으로 신축밖에 생각을 안한다. 그렇게 하지 말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냥 민간끼리 비싸게 지어서 비싸게 팔고 마음대로 해라. 괜히 제재할 필요 없고 대신 공적 자산이 투입되는 공공주택, 공공택지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장기 공공임대를 지어서 임대를 해라. 임대 공급을 많이 하면 매입 수요가 줄어든다. 장기 공공임대를 충분히 공급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수요를 줄이는 효과는 분명히 있다.

둘째는 아주 확실한 방법이 있다. 주택보급률이 이미 100%를 넘었는데 자기 집 가지고 있는 사람이 45% 밖에 안된다. 나머지 55%는 어디 갔느냐“ 투기 또는 투자용으로 가지고 있는 거다. 주거용으로 다 전환해 줘야 한다. 투기·투자용은 엄청난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 생활필수품은 세금을 낮게 하고, 사치품이나 투기자산은 세금을 높게 하는 것은 모두가 동의하는 정책이다. 대신, 주거수단인 실거주, 1주택에 대한 규제는 세금을 완화하자. 20억 짜리 또는 30억짜리 아파트를 반 쪼개서 15평에 살게 할 수는 없지 않느냐. 그런 걸 억압하지 말고 시장에 맡겨야 한다.

종부사에 대한 저항을 저는 그렇게 본다. 종부세 대상자가 별로 없다. 2~3% 밖에 안되는데 온 동네에서 난리가 나는 게 뭐냐“ 저도 옛날에는 속아서 그러는 줄 았았다. 내가 보기에는 아니다. 자기 집값이 올라서 그렇게 되기를 기대하는 사람이 반발하는 거다. 자기 집 값이 언젠가는 오를 거라고 기대하고 집을 사서 가지고 있는데 거기다 부과를 하니까ㅣ 화가 나는 거다. 미래의 희망에 부과하는 하는 거다. 장래 꿈과 희망에 다 부과를 하니까 저항하는 거ᄃᆞ. 그렇게 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부과하자. 똑같은 목적이라면 어려 채 가지고 있는 데에다 부과를 해 버리면 시장에 나올 수밖에 없다. 그제 진짜 대책이다.

보수정권이 잡으면 집값이 잘 안 오르는데 이상하게 진보 정권이 잡으면 집값이 오른다. 이게 우연인줄 알았는데 몇 차례 보니까 우연이 아니다. 건드리면 오른다. 가격에 집착해서 그런 게 아닐까? 부동산 문제는 사람들의 근로 의욕을 떨어뜨린다. 가장 나쁜 게 불로소득이다. (정경유착의 폐해를 예로든 뒤) 이제는 부동산 불로소득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보여진다.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에서 불로소득을 얻는 게 필생의 꿈이 됐다. 애, 어른, 부자 가릴 것 없이 모두가 건물주가 꿈이 돼버렸다. 이걸 깨야한다. 보유세는 최소한 선진국 절반으로 올리자. 그냥 세금 올리면 성질내니까 다 나눠주게 걷어야 저항이 줄어든다. 그래서 국토보유세 얘기를 하는 거다. 정부에서 혼자 하기 어려우니까 나 같은 겁 없는 사람을 시켜라. 경기도에서 도민들하고 도의회하고 협의해서 하겠다.”

이 지사는 차기 대권 도전 질문에는 ‘순리’를 강조했다. 그는 “국민, 대중의 판단에 맡기고 내가 원래 맡은 일을 열심히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결론 날 일인데 제가 의도적 노력이나 그런 걸 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작은 가능성마저 닫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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